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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인가?
정년퇴직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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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다니던 직장서 은퇴한 뒤
그동안 소홀했던
자기충전을 위해 대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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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나간 곳은 세계적인 명문인
하바드대학원.
이름은 그럴싸하지만
국내에 있는 하바드대학원은
하는 일도 없이 바쁘게 드나드는 곳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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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드 대학원을 수료하고는
동경 대학원을 다녔지.
동네 경노당 이라는 곳이라네.
동경 대학원을 마치고 나니 방콕
대학원이 기다리고 있었지.
방에 콕 들어 박혀 있는 것 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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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학위라고 할까
감투라고 할까 하는 것도 몇 개 얻었지.
처음 얻은 것은 화백
화려한 백수. 이쯤은 잘 알려진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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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네.
두 번째로는 장노였네.
교회에 열심히 나가지도 않았는데
왠 장노냐고?
장 기간 노는 사람을 장노라고 한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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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라는 것이네.
장노는 그렇다 치고 목사라니...
목적없이 사는 사람이 목사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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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감투만 쓰면
종교적으로 편향되었다고 할까 봐
불교 감투도 하나 썼다네.
그럴듯하게 지공선사
지하철 공짜로 타고
경노석에 정좌하여
눈감고 참선하니 지공선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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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정년이란 말만 들어도
왠지 쓸쓸 하고,허전하고,
마치 인생의 종착역에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을 감출수가 없다네.
정년을 새로운 인생의 첫걸음 이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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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동안 정열을 쏟고,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직장을 떠나는 마음이
어찌 편하기만 하랴.
정년은 누구나 언젠가는 거쳐야 하는 길인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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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 길 떠나는 나그네 .....
언제 떠나는지 서로 몰라도
가다보면 서로 만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애절한 사연 서로 나누다
갈랫길 돌아서면 어차피 헤어질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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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랑해 줄걸 후회 할 것인데
왜 그리 못난 자존심으로
용서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비판하고 미워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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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며 살아도 너무 짧은 시간
베풀어 주고 또 줘도 남는 것들인데
웬 욕심으로 무거운 짐만 지고 가는
고달픈 나그네 신세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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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오면 다 벗고 갈텐데
무거운 물질의 옷도,
화려한 명예의 옷도,
자랑스런 고운 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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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리워하면 더 만나고 싶고,
더 주고 싶고,
보고 또 보고 따뜻이 위로하며 살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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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 마음에 문만 닫아걸고
더 사랑하지 않았는지,
아니 더 베풀지 못했는지...
천년을 살면 그리할까?
만년을 살면 그러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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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 만큼 사랑 받고
도와준 만큼 도움 받는데
심지도 않고 거두려고만
몸부림쳤던 부끄러운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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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 아끼고 사랑해도
허망한 세월인 것을
어차피 저 인생의 언덕만 넘으면 헤어질 것을
미워하고 싸워 봐야 상처난 흔적만
훈장처럼 달고 갈텐데...
이제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이제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사랑해야지.
우리는 다 길 떠날 나그네들 이라네...
그래도 자넨 따뜻한 자켓과 솜바지를 입었구만.
자식들을 잘 둔 것같군.
난 그저 이 지팡이 하나로 의지하며 이렇게 지낸다네...
모셔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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