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머나먼 쏭바강’‘하얀 전쟁’‘푸른 옷소매’의 배경이 되었던 베트남,
이 열대나라에서 펼쳐진 파월장병들의 전투는
그야말로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오죽하면 ‘베트남에 가려면 별을 달고 가든지
치마를 입고 가라.’는 속어까지 나왔을까
당시 파월장병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노래 가운데 하나가
바로 ‘향수에 웃자’이다. 그만큼 향수 또한 깊었던 탓이다.
‘전우야 굳세게 싸워 이기자/고향이 그리울 땐 하늘을 보고/
사랑이 보고플 땐 편지로 쓰며/먼 하늘 정글에서 향수에 웃자.
’(남국인 작사, 백영호 작곡, 이정민 노래,1967년)
더구나 이 노래의 주인공인 가수 이정민씨가
직접 방송요원으로 함께 파월되어 근무하게 되자
장병들 사이에서 더욱 애창되며 한껏 사기를 드높이기도 했다.
이후 국내로 복귀한 이정민씨는
국군방송 아나운서 실장 겸 보도부장을 역임했다.
‘젊고 패기에 찬 영원한 청년방송’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그러했듯
국군방송 전파에 청춘을 실어보낸 그는
2001년 3월, 정년퇴임할 때까지 33년 동안 방송을 위해 근무한 공로로
녹조근정 훈장을 받았다.
현재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목소리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그렇듯 국민 대다수가
쉽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하지만 그가 불렀던 노래들은 세월 따라 묻혀져 어느새 낯설어졌다.
‘아나운서 겸 가수’, 이 두 가지 활동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나운서는 미성이어야 했고 반대로 가수는 개성이 강해야 했다.
그 시절이었던 탓에 그는 목소리 관리를 위해
평상시에도 절대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았다.
때문에 팬들 입장에서 무대에서의 ‘열창’을
기대한다는 것은 한편 무리였을 터.
더구나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남 앞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워
스스로 무대를 사양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정민씨가 발표한 노래 중에는
오히려 다른 가수에 의해 리바이벌, 히트한 노래가 많다.
‘그대를 보내고’는 차도균의 ‘꽃잎에 새긴 사랑’으로,
‘마음의 그림자’는 배호의 목소리로,
‘어느 여인에게’ 또한 김상진씨에 의해 리바이벌되었다.
“아나운서였기에 가수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다만 당시엔 노래를 ‘악보 그대로’ 부르는 원곡주의자였기 때문에
테크닉을 전혀 구사하지 않았지요.
" 지금 다시 부른다면 노래의 맛과깊이를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절도와 절제의 대명사,‘국기에 대한 맹세’의
빈 틈 없는 목소리가 한껏 감정을 담아
유행가의 자유분방한 가락에 실린다면 그 느낌이 어떻게 달라질까.
대중음악평론가 sachilo@empal.com
♬ 타향처녀 / 이정민
1.정을 주네 정을 줘 타향의 그 처녀가 봄 오면 꽃 피면 님을 두고 고향엘 간다 해도 어이해 나를 나를 못 잊게 하나 어이해 내 가슴에 안기려느냐 말 못하는 괴로움을 너만은 알아다오 너만은 알아다오 타향 처녀야
2.정들었네 정들어 타향의 그 처녀가 밤마다 꿈마다 아롱아롱 마음엔 눈물주네 뜨내기 정을 주면 마음이 괴로워 사랑을 싫다고서 돌아선 심정 울고 싶어 울고 싶어 발길이 무거웠다 너만은 알아다오 타향 처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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