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시절(그 당시는 국민학교라고 했다)
구슬치기도 하고 가위바위보 말타기 놀이를 함께한
국민학교를 중퇴한 흡연을 하는 또래 친구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에도 화장실에 꽁초가 즐비했다.
그래도 담배 한 모금 마신 적이 없었다.
1학년 수료 후 휴학계를 내고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도 논산훈련소에서도
김해 공병학교에서도 자대에 가셔도 화랑 담배 대신
알 사탕을 먹으면서 부모님에게 손편지를 보내곤 했다.
그 당시엔 정말 기압이 많았다.
언제 고참들이 기상이란 소리를 칠지 몰라 기압을 받지 않으면 깊은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매일 기압이 이어졌다.
74년 일등병 시절 어느 겨울날 밤 "줄빳다"가 있었다.
줄빳다란 줄기합이라고도 하며
계급이 높은 사람 순으로 한 단계씩 내려가면서
폭행을 가하는 것이다.
내무반 인원이 34명 정도 되었고 난 서열이 밑에서
네번째이니 서른 명의 고참으로 부터 침대 마후라(뭉동이)로
엉덩이를 맞아야만 했다. 쓰려지면 다시 맞았다.
새벽까지 기합은 이어졌고
기압이 끝난 후 행정사무실에서 팬티를 벗고자 하니
피가 붙어 벗을 수가 없었다.
그때 행정반 고참 책상위에 담배가 보였다
자연스레 내 손이 갔고 내 생애 처음 담배란 것을 맛보았다.
그후 담배는 마치 내 연인처럼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군대에서도 직장에서도 그 많은 스트레스를 모두 연기와 함께
풀려고 노력했다.
모든 희노애락을 그 애랑 함께 했다.
내 건강도 가족의 건강도 주위의 건강도 염두에 두지 않고...
열차나 버스 안에서도 강의실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집 안에서도
극장에서도 담배를 피우곤 했다.
어느 누구도 막는 사람도 없었고 비흡연자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부동산을 할 때 고객들이 사무실에 담배 냄새로 찌들어 있다고 하셔서
그날부터 사무실 안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금연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집이 경북 성주라 주변에 담배가게도 없고 하여 한번 사면
몇 보루씩 사곤했다.
2007년 1월31일
마침 그날도 집사람이 마트에 갔다 오면서 담배를 3보루나 사왔다.
그날 저녁 추적 60분이란 프로가 있었고 우연히 체널을 돌리다
보게되었다.
2002년 작고하신 이주일씨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백해무익의 흡연에 대한 내용이 방영되었다.
그 순간 나는 담배 600 개피를 가위로 하나 하나 잘라가며
금연을 결심했다.
그대로 버리면 분명히 내일 아침이면 또 찾을 것이라 생각하여
도저히 피울 수 없도록 꽁초보다 더 작게 잘랐다.
벌써 10년이 더 지났다. 금연 결심 후 3개월후 부친께서
폐암 판정을 받고 보름 후 돌아가셨다.
금단 현상으로 인한 고통도 많았다.
30년 이상 많게는 하루 3갑을 피웠기에 중독으로 인한 몸의 변화는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불안,몸 떨림(경련),두통,소화불량, 끊임없는 흡연 욕구 등 등 ...
흡연이 생각날 때마다 이주일 선생님의 모습을 그렸고
금연 패치없이 그애와의 이별을 성공했다.
그날 이후 한모금의 담배 연기도 마신 적이 없다.
주위가 깨끗해 졌고
적당히 살도 찌고
치아도 이상이 없고
피부도 훨씬 좋아졌다.
만보를 걸어도 숨이 차지 않고
특별한 병도 없다.
10년 동안 흡연 문화도 많이 변했다.
이젠 길을 가다 담배를 피우는 분이 계시면
스스로 피해 간다.
깊은 밤 그리고 밤새 회사 직원들과 카드나 화투놀이를 하던 중
담배가 떨어져 재떨이와 쓰레기통을 뒤져 피우던
그 때의 꽁초의 맛을 아직도 기억난다.
그래서 흡연자 분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도 한다.
누구나 담배를 배울 수는 있지만
누구나 쉽게 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금연은 가능하다는 것이고
그것이 나 만의 기쁨이 아니고 주위 모든 이들의 축복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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